오늘, 마음에 꽃을 심다(에세이)

기억

gmast 2025. 9. 22. 10:52

흐릿한 창가에 기댄 채, 나는 기억이라는 낡은 책장을 넘긴다. 어떤 기억은 흑백 사진처럼 희미하고, 어떤 기억은 선명한 수채화처럼 덧칠되어 있다. 그리고 어떤 기억은 잊고 싶었지만, 오히려 더 깊이 박힌 가시처럼 남아있다.

 

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조각이 아니다. 그것은 현재를 빚는 원료이며, 미래를 향한 나침반이다. 기쁨과 슬픔, 성공과 실패, 만남과 이별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. 그 기억들 덕분에 나는 웃을 수 있고, 울 수 있으며,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.

하지만 기억은 때때로 잔인하다. 행복했던 순간의 기억은 현재의 불행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, 후회로 가득 찬 기억은 밤잠을 설치게 한다. 기억을 지우는 방법을 찾는 이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.

 

하지만 기억을 지운다면 우리는 무엇이 될까? 과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면, 우리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방황하게 될 것이다. 기억은 우리의 뿌리이자, 우리 존재의 증거다.

 

그러니 우리는 기억을 대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. 아름다운 기억은 꺼내어 감상하고, 아픈 기억은 조용히 묻어두는 용기가 필요하다. 그리고 그 모든 기억을 온전히 받아들이고, 현재를 살아가는 힘으로 삼아야 한다.

 

기억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나이 들어간다. 때로는 빛바랜 채, 때로는 더욱 선명해진 채로. 기억의 숲을 거닐며,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.